우리가 매일 보는 로고, 사실은 로고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개의 로고를 마주합니다.
학교 정문에 있는 대학교 로고, 학과 홈페이지의 아이덴티티, 학생회 포스터, 학교 앞 카페 간판, 편의점, 스마트폰 속 앱 아이콘까지. 우리는 하루 종일 다양한 브랜드를 보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 모든 것을 그냥 '로고'라고 부릅니다.
사실 우리가 흔히 로고라고 부르는 것 중에는 심볼만 있는 경우도 있고, 브랜드 이름을 디자인한 로고타입도 있으며, 두 요소를 함께 사용하는 형태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로고'라고 생각했던 것은 여러 브랜드 요소를 통틀어 부르는 표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이나 대학, 연구기관은 왜 로고 하나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심볼과 전용 서체, 디자인 가이드라인까지 함께 만들까요?
그 이유는 브랜드를 예쁘게 꾸미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에서 보더라도 같은 조직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브랜드는 하나의 그림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브랜드를 처음 만드는 과정에서는 흔히 "로고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요청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실제 브랜드 디자인은 로고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먼저 심볼(Symbol)이 만들어집니다.
심볼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그림이나 그래픽 요소입니다. 브랜드 이름을 읽지 않아도 "이 브랜드구나."라고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사과 모양만 봐도 특정 IT 기업이 떠오르고, 체크 모양만 봐도 스포츠 브랜드를 연상하는 것처럼 심볼은 브랜드를 직관적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다음은 로고타입(Logotype)입니다.
로고타입은 브랜드 이름을 어떤 글자 형태로 보여줄 것인지 정한 디자인입니다. 같은 이름이라도 글자의 형태와 간격, 비율에 따라 전달되는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여기에 브랜드 컬러와 전용 서체가 더해집니다.
브랜드 컬러는 색만 보더라도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도록 돕고, 전용 서체는 홈페이지, 브로슈어, 발표 자료 등 다양한 매체에서도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게 해줍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집니다.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로고를 어디까지 줄일 수 있는지, 어떤 배경에서 사용해야 하는지, 어떤 색상을 사용해야 하는지 등을 정리한 기준입니다.
이 기준이 없다면 행사 포스터를 만드는 사람,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사람, 브로슈어를 제작하는 사람이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브랜드를 표현하게 됩니다.
반대로 기준이 명확하면 누가 작업하더라도 같은 로고, 같은 색상, 같은 서체를 사용하게 되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게 됩니다.
브랜드 시스템은 보기 좋은 디자인을 만들기 위한 규칙이 아니라, 브랜드를 오랫동안 같은 모습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약속인 셈입니다.
연구실에도 브랜드가 필요한 이유
많은 사람들이 "KAIST라면 학교 로고 하나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대학 안에도 대학원, 연구소, 연구실처럼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조직이 존재합니다.
각 조직은 연구 분야도 다르고, 함께 협업하는 대상도 다르며, 전달해야 하는 가치도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를 대표하는 브랜드와는 별개로 각 조직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합니다.
CONNCS LAB 역시 같은 이유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습니다.
신경과학과 인공지능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소의 특징을 반영해 신경세포의 연결 구조와 분자 네트워크를 모티브로 심볼을 설계했습니다.
서로 연결된 형태는 정보의 흐름과 지식의 축적, 그리고 다양한 분야가 하나의 연구로 이어지는 융합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연구실을 꾸미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연구실이 어떤 연구를 하고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전달하는 시각 언어가 됩니다.
브랜드는 로고를 만든 뒤부터 시작됩니다
브랜드는 로고를 완성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시작입니다.
같은 로고라도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브랜드가 전달하는 인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CONNCS LAB의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앞서 구축한 브랜드를 실제 연구 환경으로 확장했습니다.
캠퍼스 연구 공간과 학술 행사, 국제 컨퍼런스 등 다양한 환경에서도 같은 브랜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활용 시스템과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함께 설계했습니다.
예를 들어 학술 행사 포스터와 연구 발표 자료, 공간 사인물이 모두 다른 방식으로 디자인된다면 같은 연구실이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같은 로고와 색상, 전용 서체, 디자인 원칙을 꾸준히 사용하면 어떤 환경에서 브랜드를 만나더라도 같은 연구실이라는 신뢰와 일관성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화려한 디자인보다 변하지 않는 일관성에 있습니다.
브랜드는 기업만의 것이 아닙니다
KAIST 바이오혁신경영전문대학원(BIM) 프로젝트 역시 같은 관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학생과 연구자, 산업 관계자 등 브랜드를 만나는 사람은 모두 다르고, 브랜드를 접하는 환경도 홈페이지, 브로슈어, 학술 행사,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합니다.
만약 매체마다 로고와 색상, 글꼴이 달라진다면 같은 기관이라는 인식은 점점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로고 디자인뿐 아니라 에디토리얼 디자인, 그래픽 시스템, 디자인 가이드라인까지 함께 구축해 어떤 환경에서도 하나의 브랜드 경험이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브랜드 시스템은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학교와 연구기관, 교육기관처럼 신뢰와 전문성이 중요한 조직일수록 일관된 브랜드는 더 큰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로고보다 브랜드 경험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로고를 마주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것은 그림 하나가 아닙니다.
어디에서 보더라도 같은 색을 사용하고, 같은 로고를 사용하며,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브랜드의 일관된 경험입니다.
심볼은 브랜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돕고, 로고타입은 이름을 일관되게 전달합니다. 브랜드 컬러와 전용 서체는 브랜드의 분위기를 만들고,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그 모든 요소가 시간이 지나도 같은 모습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합니다.
오늘 학교에 가는 길에도, 카페에 들르는 순간에도, 우리는 수많은 브랜드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는 그 로고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나의 그림처럼 보였던 그 안에는 조직의 정체성과 역할, 그리고 오랜 시간 같은 모습으로 기억되기 위한 브랜드 시스템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