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제도를 만들 때, 사람들은 흔히 안내 자료를 '정보를 빠짐없이 담는 문서'라고 생각합니다. 항목을 나열하고, 절차를 순서대로 적고, 필요한 내용을 다 넣으면 완성된다고요. 하지만 저희 생각은 다릅니다. 안내 자료는 정보의 창고가 아니라 경험의 입구입니다. 처음 마주하는 사람이 낯설어하지 않고, 필요한 걸 바로 찾을 수 있어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CJ Work On 가이드북 프로젝트는 이 믿음을 다시 확인한 작업이었습니다.
CJ Work On은 임직원들이 집에서 가까운 거점 오피스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만든 제도입니다. 서울역, 일산, 용산, 동대문 네 곳에 160여 석 규모로 우선 도입되는 만큼, 낯선 개념을 어떻게 쉽게 전달할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저희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이미 있는 CJ의 CI인 'Blossoming CJ'를 다시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세계와 고객을 향해 피어나는 꽃이라는 상징이 이미 있었고, 이 가치관을 새로운 제도에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안정감'이었습니다. 낯선 근무 방식을 처음 접하는 임직원에게 새로움보다 익숙함을 먼저 전달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안정감이라는 키워드를 형태로 옮기는 과정에서 저희는 육각형에 주목했습니다. 사람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는 형태가 육각형이라는 점에 착안해, 거점 오피스라는 지역적 확장의 이미지와 결합했습니다. 하나의 육각형이 아니라 여러 개의 육각형이 맞물리는 구조로 설계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각 거점이 독립적이면서도 하나의 CJ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별도의 설명 문구 없이 형태만으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색상 역시 임의로 고르지 않았습니다. Blossom Symbol의 각 컬러는 건강, 즐거움, 편리라는 가치를 담고 있는데, 저희는 이 색을 가이드북 전반의 정보 위계에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지점별 안내, 신청 절차, 이용 규칙처럼 딱딱한 내용도 컬러 체계 안에서 읽히니 훨씬 직관적으로 다가옵니다.
저희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기존 자산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걸 만드는 균형'이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드는 건 오히려 쉬운 선택일 수 있습니다. 어려운 건 이미 있는 CJ의 언어를 해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제도에 맞는 옷을 입히는 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CJ Work On 가이드북은 복잡한 제도 설명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완성되었고, 카테고리별 브로셔 구성 덕분에 임직원들이 필요한 정보만 빠르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제도는 결국 정보를 얼마나 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편안하게 읽히느냐로 완성됩니다. 익숙한 상징을 새로운 맥락에 옮기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설계하는 일. 저희는 다음 프로젝트에서도 이 질문의 답을 계속 찾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