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버려지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걸까요, 포기하는 걸까요
하루에도 우리는 수십 개의 브랜드를 마주합니다.
편의점 진열대에서도,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검색창을 열어도 수많은 브랜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는 그중 하나를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꿔보면, 사실은 하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수십 개를 포기한 것에 더 가깝습니다.
브랜드는 선택받기 위한 경쟁보다, 버려지지 않기 위한 경쟁을 합니다.
처음 선택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음에도 같은 브랜드를 찾게 만드는 일입니다.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는 새로운 고객을 만나는 횟수보다, 기존 고객이 다시 찾아오는 횟수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기업일수록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일에 더욱 신중합니다.
오래된 기업일수록 브랜드를 쉽게 늘리지 않습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이름 하나를 추가하는 일이 아닙니다.
기존 브랜드가 쌓아온 신뢰와 새롭게 만들 브랜드의 이유를 함께 설계하는 일입니다.
만약 두 브랜드의 역할이 분명하지 않다면 고객은 새로운 선택지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업은 브랜드를 늘리기 전에 먼저 질문합니다.
'이 브랜드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브랜드는 의미를 갖습니다.
같은 안경인데 왜 또 하나의 브랜드였을까
2022년, 다비치안경은 새로운 아이웨어 브랜드 Seeries를 런칭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선글라스도 아니고,
렌즈도 아니며,
보청기 브랜드도 아닙니다.
같은 안경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새로운 안경 브랜드를 선보인 것입니다.
처음 보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같은 안경인데 왜 브랜드를 또 만들었을까?"
HERUE는 이 프로젝트를 보며 조금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존 브랜드만으로는 담기 어려운 어떤 기준이 있었을까?"
Seeries는 불편한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기본에 충실한 안경테의 가치를 탐구하는 브랜드입니다.
새로운 제품을 설명하기보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기준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HERUE 역시 이 프로젝트를 단순히 로고를 만드는 작업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기준을 사람들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으로 접근했습니다.
브랜드는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될 이유를 반복합니다
Seeries의 워드마크는 'e'를 '눈'의 형태와 연결해 아이웨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담았습니다.
메인 컬러는 블랙을 사용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일관되게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HERUE가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형태보다 기준이었습니다.
좋은 로고는 한 번 눈에 들어옵니다.
좋은 브랜드는 같은 이유를 계속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로고는 시작일 뿐입니다.
브랜드가 어떤 환경에서도 같은 인상을 유지하려면, 그 기준이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디자인을 제한하기 위한 문서가 아닙니다.
브랜드가 시간이 지나도 같은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준입니다.
명함에서도,
안경 케이스에서도,
파우치에서도,
홍보물에서도.
같은 기준이 반복될 때 사람들은 개별 디자인이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기억하기 시작합니다.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떠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좋은 브랜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선택받으려고만 하지 않습니다.
이미 자신을 선택한 사람들이 왜 다시 찾는지,
왜 오래 기억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HERUE 역시 브랜드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다르지 않습니다.
'어떻게 더 눈에 띄게 만들까?'가 아니라, '왜 오래 기억될까?'
Seeries 프로젝트 역시 새로운 이름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기준을 하나의 경험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결국 브랜드는 선택받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도 버려지지 않을 이유를 만드는 것입니다.